블로그에서 다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어김없이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시간을 쓴다는 것'은 결국 계획의 영역이 아니라 태도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접근 방식의 문제였다. '나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 없이 정한 규칙이었다.
그래서 루틴도, 다짐도 지키지 못한 채 나와의 약속이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때 겪었던 엄청난 무질서함에 대한 대처였는데
여전히 나는 밤 늦게 자고 급하게 씻고 아침을 먹은 뒤 속이 엉망진창이 되도록 지하철에 뛰어갔다. 한 번 일어나면 공강 시간과 이동 시간은 정말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참... 기상시간과 식사시간이 문제였다.
시간을 보내는 건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의 연속이 곧 인생이라고 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관리 시스템과 계획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근본적인 원인과 방향성과 나와의 대화이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얼마 전에 책발전소를 갔다. 남자친구는 몇 번 쭉 보다가 사고 싶은 책을 골랐다. 나는 꽤 오랫동안 살펴봤는데도 고르지 못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맘에 들지 않았는데, 끌리는 것은 있었다. 마케팅이나 디자인 쪽이 재밌고 흥미로웠는데, 무언가 개발이나 기술 쪽의 내용은 없다보니 나에게 도움이 안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산관리와 사업 분야의 책도 끌렸다. 그러나 당장 나에게 가장 중요한 본업에서 성공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것을 통해 돈을 버는 걸 배우는 것 같아서 미뤄두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몰랐던 최종적인 이유는 결국, 개발과 관련되지 않아서 또는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우선순위인 것이 아니였기 때문인데, 그럼 그게 무엇인가?
개발을 정말 좋아하는지 의문이 든다. 내가 좋아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건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다. 아니면 이미 싫어하는 게 입증된 건데 스스로 부정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걸까? 내가 이미 투자한 분야라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생각해보니 조금은 알아냈다.
얼마 전, 여러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진행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개발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직 개발을 못하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아니 '개발을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고 흉내내는 나'.
잘하지 못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할 수 있는 노력을 들이지 않는 나의 모순 때문에 괴로웠던 것이다.
처음엔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점점 떳떳하지 못하니 겉으로 포장하기에 급해지고 그 거짓행위에 지치다보니 이 분야에 대한 의심도 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처방은 프로젝트, 학회와 같은 눈에 보이는 아웃풋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방학 때 꼭 개발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결국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은 '힘'이다.
어렸을 때 유치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선한 변화를 위해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은 이들은 왜 변할까? 내가 그러면 그 힘을 갖고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의 변심보다는 '자리'의 문제인 것 같다.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경쟁을 겪으며 쟁취하게 되면 처음에 가졌던 선한 다짐과 의도보다는 나의 고생과 고난에 대한 보상으로서 '힘'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이기는 경쟁보다, 나 자신이기 때문에 이기는 경쟁을 하고 싶다. 특별해서 이기는.
'내가 왜 개발자의 꿈을 갖게 됐는가, 단순히 유행에 휩쓸리는 것일까?'에 대한 의심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빠져들었었다. 그런데 개발자가 전망이 좋고 유행이기에 고르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이 동기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꾸게 되었다. 내가 갈망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고른 거라면 나는 나의 가치관과 초심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어떠한 한 분야의 정점을 찍고, 그 분야를 활용해서 내가 관심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선한 변화를 만들자.
더 큰 변화와 영향력을 위해서 전망이 좋은 분야를 고르자.
분야에 대한 선택은 마쳤으니, 내가 앞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2가지다.
1. 이 분야를 통해서 해결하고 싶은 것들을 메모하고 꾸준히 탐색하여 목표를 세우자.
2.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타임라인으로 세분화하여 계획하자.
나에게 2022년은?
가능성과 환각을 동시에 본 해였다.
멋쟁이사자 덕분에 내가 몰랐던 잠재력과 빠른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기도 했고,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 단순 소속감과 다른 학회원들의 성과에 편승하여 나의 실력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2023년은 이것들을 구체화하며 실행해야 한다.
오늘 만난 어떤 지인의 말처럼, 경험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그런 절박감과 열정으로 임할 것이다.
'ME >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이트 메모 - 매력적인 사람이란, 이미지란, 잘못된 개발공부 (0) | 2023.01.20 |
---|---|
인사이트 메모 - 자기계발 중독, 게으른 완벽주의자, 통제 (0) | 2023.01.02 |
요즘 나의 시간, 고쳐쓰기 4탄 (10월 회고) (0) | 2022.10.31 |
요즘 나의 시간, 고쳐쓰기 3탄 (1) | 2022.10.11 |
요즘 나의 시간, 고쳐쓰기 2탄 (0) | 2022.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