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반성문이다.
이번주 우리 학교는 축제 기간이었다. 대동제 기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걱정 없이 놀았고, 입실렌티의 공연도 모두 신났다. 주말엔 조금 우울했다. 사실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나는 무기력할 때 도피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이 심해진다. 계획과 통제에 안정감을 느끼는 나에게 참 묘한 현상이다.
내 블로그를 읽는 사람들을 정확히 모른다. 그치만 학회의 몇몇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하고, 내 친구들에게 알려준 적도 있다. 내가 잘 보이고 싶은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 글의 내용에 항상 신경을 썼었는데, 이번 만큼은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한다. 이 내용으로 인해 누군가 볼까봐 창피하다면, 스스로 그 창피함 또한 충분히 느꼈으면 좋겠다. 그것도 벌이다 😡
스타트업 익스프레스, 당근마켓 인턴십, Nexters 연합 동아리, 캐처스 인턴십 총 4개를 이틀 동안 몰아서 떨어졌다.
'불합격'이나 '탈락'은 언제든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이번의 느낌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불안하면서도 외면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욕심'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나를 더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었다.
- 무언가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도 쉽게 지치지 않도록
- 새로운 것에 도전해도 두렵지 않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두려웠던 1가지는 정신없이 바쁘고 도전하고 새로운 목표와 마주하는 나의 생활이 ...
깊이가 매우 얕은 자잘한 경험들의 단순 나열이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
그동안 이런 걱정을 외면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매일을 열심히 알차게 지내는 내 스스로를 알고 있었고 떳떳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팀장을 맡고 있는 팀에서, 리더의 여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서 팀원들이 더 큰 부담을 나누어 갖게 되었던 날,
개인적인 개발 실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던 날,
...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다보니 오히려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라고 인식하며 성취감보다 패배감과 무능력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여러 차례의 불합격 통보를 받으며 내가 느끼던 감정들과 그동안의 의심이 확신이 되어 돌아왔다.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었던 것. 책 '원씽'을 읽었던 것도 비슷한 불안감이었으나, 책을 통한 깨달음으로 일상의 변화까지 이루어내기엔 부족했다.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깊이 있게 못하는 '상황'이 짜증나는 것인가, '스스로'가 짜증나는 것인가?
그럼 상황을 바꿔야 할까, 나를 바꿔야 할까.
아니면 어느 누구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면 몰입이 어려운 걸까?
이런 불안감에도 상황을 통제하지 않았던 건, 현재의 나보다 뛰어났으면 이런 상황과 스케줄 속에서도 깊이 있는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서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는 시간들이라고 여겼다.
나를 아는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만약 자신이었으면 목표를 낮췄을 거라고. 여러 사람이 그랬다.
목표를 낮춘다...
나한테 참 무서운 말이다. 레벨 10까지 올릴 수 있는 게임 속에서, 나는 레벨3까지만 올려야지~라는 다짐과 같다. '적당히만 잘해야지'라는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는 기분이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말했다는 건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하는 관점일지도 모른다.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들로 쪼개어 회복하라는 뜻 아니었을까 -
하나씩 뿌셔보자.
스타트업 익스프레스 중간 면접 탈락
중간 면접은 팀에서 나 혼자서 책임지게 되었었다. 부담감도 컸지만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다. 밤을 새우면서 발표 연습을 하기도 하고 ... 예상 질문을 쭉 뽑아서 많은 조사도 했었다.
사실 여전히 나때문에 우리 팀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크다.
아이디어도, MVP도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심사위원에게 당일날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
그런데 학회 오빠들 말대로,
이 대회에 붙는다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떨어진다고 이상한 것도 아닌 정말 말 그대로 교내의 작은 대회일 뿐이라는 것.
그날 질문에 답변했던 것들보다 내가 무언가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돌아가도 난 비슷했겟지.
내가 반성해야 할 것은 대회 중간 탈락도 있지만,
팀 내에서 나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개발 태스크를 받고 싶다고 했는데, 협업을 위한 노력이나
그동안 제대로 개발한 것이 없다는 점이 바로 반성해야 할 부분.
인턴십과 연합 동아리 탈락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내 스스로도 사실 이 부분은 떳떳하지 않으니까? 개발 직군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마다 하는 말은 바로
'일단 되게 하는 게 아닌, 더 나은 구현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을 원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런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언제일까?
매번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반복하거나, 겉보기에 '되는 것'처럼 흉내를 냈을 뿐 진지한 엔지니어로서의 고민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현직자라면 내 깃헙 커밋이나, 이력서의 내용만 봐도 바로 알았을 것 같다.
이것저것 노력한 것에 비해 무언가 "끝"을 본 느낌은 아니라는 것.
맞다 나는 끝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끝을 보았던 마지막은
작년 알고리즘 스터디에서 특정 모듈이 궁금했을 때, 3일 동안 이해가 될 때까지 찾아본 것.
그래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순위와, 나의 one thing에 더욱 민감하고 냉철한 사람이 되겠다. 내가 앞으로 어떤 다양한 활동을 하든 낭만에 빠지기 전에 득실을 먼저 따지겠다. '개발적 성장'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나의 태스크들을 연결해서 몰입할 것이다. 필요할 땐 솔직한 대화와 고민으로 가지치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목표를 낮추더라도, 그 낮아진 목표들을 2배로 빠르게 성취해서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오늘부터는 겉보기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독개구리가 되겠다 🐸
- 프로젝트 진행할 때 그동안 내가 하지 못한 것들 위주로 도전할 것
- 프로젝트 진행할 때 아는 것은 반드시 완벽하게 정리하며 넘어갈 것
- 방법론에 대한 고민은 최대한 짧고 굵게 끝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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